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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 “트라야누스. 그들이 기독교인임을 부인하고, 신들에게 제사 드린다면 사면할지니라.”
오늘은 로마제국의 황제 트라야누스(Trajan[Imperator Caesar Nerva Traianus Divi Nervae filius Augustus], 53–117)가 태어난 날입니다. 53년 9월 18일, 트라야누스는 히스파니아(서바나)에서 출생했습니다. 상부 게르마니아의 총사령관 및 총독으로 있던 중 네르바 황제의 양자가 된 트라야누스는 네르바 사후, 로마의 13대 황제의 자리에 오릅니다. 그는 비(非)이탈리아인으로서는 최초의 황제였으며, 오현제(五賢帝)중 2번째 황제였습니다. 트라야누스 시대에 로마는 루마니아와 메소포타미아까지 정복하여 가장 넓은 제국 영토를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함에 있어 최초로 법률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방 총독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카이킬리우스 세쿤두스(Gaius Plinius Caecilius Secundus)가 기독교인들에 대한 송사와 처벌에 관해 보낸 서한에 대해 트라야누스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친애하는 세쿤두스여, 그대는 기독교인이라 고발당한 자들의 문제를 처결함에 있어, 참으로 온당한 방법을 취하였도다. 확실한 기준이 될 수 있는 보편타당한 규칙을 정한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도다. 그들을 검거하지 말지니라. 하지만, 그들이 고발을 받아, 죄가 드러난다면, 그들을 처벌할지니라. 그러나 그들이 기독교인임을 부인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다시 말해, 우리들의 신들 앞에서 제사를 드림으로써, 증명한다면, 아무리 이전에 [기독교인이었다는] 혐의가 있다 할지라도, 사면할지니라. 그렇지만, 고발자의 이름이 없는 고발장은 전혀 접수해서는 안 되리니, 이러한 일은 지극히 나쁜 선례가 될 것이고, 우리 시대에도 합당하지 않기 때문이니라.[김광채, 『그림으로 본 10대 박해』 (서울: CLC, 2010), 59.]
트라야누스는 황제 숭배를 강요하지는 않았고, 그리스도인들을 적극적으로 박해하지도 않았습니다. 안디옥 교회의 주교 이그나티우스(Ignatius)가 트라야누스 시대에 순교했는데, 이그나티우스는 사도 요한의 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로마인들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호위병들에게 고문당한 것을 기록했습니다. 이그나티우스는 로마로 호송되어 채찍질을 당했고, 옆구리에 불이 붙여졌으며, 뜨거운 가위로 살이 찢겨진 뒤 맹수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것과 죽음이 직결되는 시기가 있었음을 잊지 맙시다. 고결한 신앙은 고난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트라야누스의 통치기에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사로잡힌 아그나티우스의 고백을 묵상해봅시다.
잘 대해 줄수록 더 나빠져만 가는 열 마리의 표범들 사슬에 매여 밤낮으로, 육지를 통해서나 바다를 통해서나 저는 시리아에서 로마로 가는 내내 야수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불의로 인해 저는 더 나은 제자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제가 “비록 이로 말미암아 의롭다 함을 얻지는 못할 것”이지만 말입니다. 저를 위해서 준비된 야수들로부터 제가 느낄 전율이 어떠하겠습니까! 저는 그들이 저를 간단히 해치우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그들을 구슬려서……어물어물거리지 않고, 단번에 저를 다 먹어 버리도록 할 것입니다……불이여, 십자가여, 야수와 싸우는 것이여, 뼈들을 비트는 것이여, 사지를 토막 내는 것이여, 내 몸 전체를 분쇄하는 것이여, 악마의 잔인한 고문들이여, 오라. 나로 하여금 다만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가게만 하라![Cyril C. Richardson, ed., Early Christian Fathers, 김선영 역, 『기독교고전총서 1: 초기 기독교 교부들』 (서울: 두란노아카데미, 2011), 1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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