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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 11월 3일, 리처드 후커(Richard Hooker, 1554-1600) 별세, "인간의 책임이 결여된 신적 작정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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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리처드 후커, 우리는 하나님과 그분의 종 엘리자베스의 인자하심으로 존재한다.”


오늘은 리처드 후커(Richard Hooker, 1554-1600)가 별세한 날입니다. 1600년 11월 3일, 후커는 비숍스번(Bishopsbourne)의 목사관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엑시터 근교 헤비트리(Heavitree)에서 태어난 후커는 옥스퍼드 코퍼스 크리스티 칼리지에서 수학했습니다. 그는 잉글랜드 성공회를 옹호하며 청교도와 갈등한 신학자요, 주교로 알려져 있습니다. 8권짜리 대작『교회 정치법』(Of the Laws of Ecclesiastical Polity)을 통해 감독 제도를 옹호한 후커는, 왕실이 교회의 통치를 위한 최고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군주의 동의 없이 교회법은 제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후커는 개혁파 청교도들과 같은 칭의론과 성찬론을 견지했습니다. 그는 인간의 책임이 결여된 신적 작정이란 없다고 말했고, 성찬 속에서 신비스럽게 실제적으로 그리스도께서 임재하신다고 썼습니다. 후커는 칼뱅을 프랑스 교회에 가장 지혜로운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음에 인용된 후커의 진술을 보면, 마치 칼빈의 글을 읽는 듯 할 것입니다.


1.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을 예정하셨다. 2. 그분으로 하여금 그렇게 예정하도록 만든 원인은 우리 안에 있는 어떠한 덕에 대한 예지(foresight)가 결코 아니다. 3. 그분께서 택하신 사람들의 수는 그분께 분명하게 알려져 있다. 4. 그분의 구원하시는 자비의 목적이 확장되지 않아 심판을 받는 것은 오직 그들의 죄의 결과이다. 5. 하나님께서 미리 아신 택자들(foreknown elect)에게, 은혜의 최종적인 지속이 주어진다. 6. 구원을 받도록 만드는 내적인 은혜가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7. 하나님께서 성령의 내적 은혜를 사용하여 이끌지 않으시면 그 누구도 그리스도께 오지 못한다. 8. 인간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어떠한 능력과 자유와 권세도 구원을 이루어내지 못한다. 은혜 없이는 그 어떤 인간의 구원도 불가능하다.[Carter Linberg ed., The Reformation Theologinas, 조영천 역, 『종교개혁과 신학자들』 (서울: 기독교문서선교회, 2012), 458-59.]


후커는 중도노선을 걸었던 절충주의자였습니다. 그는 종교개혁의 기치를 내세운 개혁자는 아니었으나, 교회 개혁 자체를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후커는 저항에 맞서 교회와 지도자를 보호하고자 했으며, 이러한 태도는 안정을 추구하는 이들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미온적 개혁을 비판하고, 강요된 예배의식을 반대하며 고난 받은 청교도들은 마땅히 존경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과 비본질적인 부분을 부둥켜안고 고심한 후커 역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겨 줍니다. 다른 교회론을 가지고 있으나, 같은 은혜의 교리를 공유하는 형제들이 있습니다. 그들과 대화를 하든, 논쟁을 벌이든, 후커처럼 친화적으로 상대방을 대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후커가 내건 슬로건은 “전능하신 하나님과 그분의 종 엘리자베스의 인자하심으로 우리는 존재한다”는 것이었다……후커는 성경에 모순되는 의식만은 그 어느 것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루터파 견해로 마음이 더욱 기울어졌다. 그는 성경이 우리에게 교회 생활에 대한 완전한 한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점을 부인했다. 그는 교회의 법규는 성경적 근거 이외의 다른 것, 즉 이성(理性)에 의해서나 전통으로부터 그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논했다.[Tony Lane, Christian Thought, 김응국 역, 『복음주의 입장에서 본 기독교 사상사』 (서울: 나침반, 1987), 3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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