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 “한스 뎅크, 하나님 자신이 악을 창조했다는 것은 추론되지 않는다.”
오늘은 한스 뎅크(Hans Denck, c. 1495–1527)가 별세한 날입니다. 1527년 11월 27일, 한스 뎅크는 바젤에서 흑사병으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현재 남부독일 지방인 바바리아(Bavaria)에서 태어난 그는 잉골슈타트(Ingolstadt)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헬라어 사전 편집에 참여할 만큼 인문주의적 소양이 높았습니다. 뎅크는 바젤의 인쇄소에서 일하던 중 종교개혁 사상을 접했으며, 외콜람파디우스의 추천으로 성 제발두스(St. Sebaldus) 학교에서 교장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뮌처와 칼슈타트를 만나 급진주의의 영향을 받은 그는 성찬에 참여하는 사람의 신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인해 시에서 추방당하고 맙니다. 뎅크와 가족들의 재산은 몰수되었습니다.
“나는 여호와라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나니 나 밖에 신이 없느니라…나는 빛도 짓고 어둠도 창조하 며 나는 평안도 짓고 환난도 창조하나니”. 어떤 율법사들은 이 말씀을 마치 하나님이 죄를 시작한 원인자인 것처럼 해석한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님이 모든 피조물 가운데 있으므로 그들 안에서……선행과 죄를 일으킨다고 말한다……하나님이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았다면 죄가 결코 생기기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로 하나님 자신이 악을 창조했다는 것은 추론되지 않는다. 하나님은 선하시기 때문에 참으로 선 이외에 어떤 것도 창조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에 의해 선하게 만들어졌다. 사람들이 죄를 지음으로써 이를 넘어서는 것은 그들이……하나님에 역행하여 행한 것이다. 만약 하나님이 그렇게 하셨다면……사람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에 대해 형벌을 받음으로써 부당한 취급을 당하게 될 것이다.[George H. Williams & Angel M. Mergal, ed., Spiritual and Anabaptists Writers, 남병두·홍지훈 역, 『기독교 고전총서 20: 성령주의와 아나뱁티스트 종교개혁자들』 (서울: 두란노아카데미, 2011), 106-107. 한스 뎅크의 ‘신이 악의 원인일 수 있는가?’에서 인용.]
뎅크는 온유한 심령을 가진 재세례파 지도자였습니다. 그는 결코 광신주의자나 과격파가 아니었습니다. 종교적 관용과 사랑의 실천을 역설했던 뎅크는 마지막까지 재세례파(근원적 종교개혁자[radical reformer])와 주요 개혁가들 사이에 선 중재자로서 살았습니다. 그는 양 진영에서 비판을 받았으나, 분명한 소속을 거부한 채 독자적으로 사상을 전개했으며, 제자도와 도덕성 회복을 강조했습니다. 뎅크의 견해 중 일부는 보편 구원론과 경도(傾倒)된 신비주의로 오해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남을 이해하기 위해 듣고자 하는 귀가 필요합니다.
한스 뎅크의 신앙 일부는 『독일 신학』(German Theology)이라고 불리는 익명의 책을 통해 중세 신비주의의 영향을, 일부는 칼슈타트와 뮌쩌의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것 때문에, 그는 하나님께서 성서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직관적이며 비이성적인 방법으로 영적인 계시를 주신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성령에 의해 도움을 받지 않고 성서 자체만을 강조하는 것은 죽은 율법주의로 인도하기 때문에, 성서 자체만이 하나님의 계시라고 보는 루터식의 믿음을 좋아하지 않았다. 뎅크는 성서를 기록했던 사람에게 영감을 주신 그 성령께서 성서를 읽는 사람에게도 동일한 영감을 주신다고 믿었다. 이점에 있어서는 스위스 형제단과도 일치를 보이지 못했다. 뎅크는 영적인 삶과 내면의 세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Cornelius J. Dyck, An Introduction to Mennonite History, 김복기 역, 『아나뱁티스트 역사(메노나이트를 중심으로)』 (대전: 대장간, 2013),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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