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
“나를 용서해 주시오.”
오늘은 정암 박윤선(正岩 朴允善)이 태어난 날입니다. 1905년 12월 11일, 박윤선은 평북 철산군 백량면 장평동에서 가난한 농부의 둘째 아들로 출생했습니다. 농사일을 도우며 서당을 다니던 정암은 17세 때 교회출석을 시작합니다. 이듬해 대동소학교에 편입하여 신학문(新學問)에 입문하였고, 그 해 겨울에 결혼도 했습니다. 정암은 1년 만에 6년 과정을 모두 마치고 신성중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첫 번째 아이를 잃고, 고학하던 중 그는 잊을 수 없는 신앙체험을 합니다.
어느 날 나는 학교 가까이 수청고개 밑에 있는 시냇가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나의 심중에 하나님의 존재에 대하여 의심이 생기면서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을 수 있겠는가……’하고 자문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즉시로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세미한 음성같이 솟아오른 것은, ‘네 손에 들고 있는 성경이 하나님이 계신 증거니라’하는 분명한 대답이었다. 나는 그 때에 놀랄 정도로 하나님을 확신하게 되었고 의심은 깨끗이 사라졌다. 그 후로는 성경을 견고히 붙잡고 살아가는 믿음의 생활이 시작되었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박윤선, 『성경과 나의 생애』 (서울: 영음사, 2000), 44.]
이후 박윤선 숭실전문학교와 평양신학교에서 공부했고, 필라델피아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수학했습니다. 이때 메이첸과 반틸 등 걸출한 개혁신학자들의 지도를 받습니다. 졸업 후 귀국하여 평양장로회신학교, 만주봉천신학교에서 가르쳤습니다. 정암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군사독재와 민주화투쟁 등 격동의 시기 속에서도 성경주석을 저술하는 기쁨으로 살았습니다. 그를 논하지 않고 고려신학교, 총회신학교의 역사를 다룰 수 없습니다. 정암이 설립자와 교장으로 봉사한 합동신학교는 바른 신학, 바른 교회, 바른 생활의 기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에 개혁신학의 초석을 놓은 박윤선의 위대함은 그의 겸손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경건예배가 끝난 후 나는 박박사의 강의실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그는 이를 거절하는 것이었다. 대신에 교수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그의 아파트에 가서 점심을 함께 하자고 했다. 그는 나를 한 작은 방으로 안내했는데 그 방은 교수 대기실 겸 학생 도서관 겸 학교 사무실로 사용되는 곳이었다. 거기서 나는 커피를 한 잔 뽑아 마셨는데 지독히도 맛이 없었다. 한 5분쯤 후에 박박사가 문을 열더니 나오라고 손짓했다. “서전도사님, 죄송합니다. 제 강의 시간에 들어오지 말라고 말씀드린 것은 제 실수였습니다. 서전도사님이 나중에 학생들을 가르칠 텐데, 이를 위하여 강의실 풍경을 보는 것이 좋은 도움이 될 것도 같습니다.” 그는 나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나를 용서해 주시오.”[서영일, 『박윤선의 개혁신학 연구』 (서울: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2000), 15.]
손자뻘 되는 젊은이 앞에서 용서를 구하는 77세 학자의 모습 속에 우리의 달려갈 길이 있습니다. 나이로, 배운 것으로 밀어붙이지 맙시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는 변명하지 말고 바로 사죄합시다. 그것이 다윗의 모습이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의 방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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