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일본기독교회의 회개”
오늘은 일본기독교단이 제2차 세계대전 동안의 잘못을 고백한 날입니다. 1967년 3월 26일 부활주일에 총회의장 스즈끼 마사히로(鈴木正久)의 이름으로 발표된 죄책고백문은 여러모로 미흡한 점이 있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후로도 일본의 여러 교파 교회는 선언문과 사죄문을 통해 회개의 의사를 전달한 바 있습니다. 죄를 고백하는 일본교회는 나를 부끄럽게 합니다. 자신이 죄를 지었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은 에덴동산의 첫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 나는 변명의 명수입니다. 핑계 대는 일에는 따라올 자가 없어 보입니다. “잘못했습니다. 사죄의 은총을 베풀어 주소서!” 이 기도가 너무 늦게 나오지 않기를 원합니다. 주여, 도우소서.
우리는 1966년 10월, 제14회 교단 총회에서, 교단 창립 25주년을 기념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는 “내일을 지향하는 교단”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주제로 하여, 일본과 세계 장래를 위하여 교단이 짊어져야 하는 영광스런 책임에 대하여 생각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바로 이때야말로 우리는, 교단 창립과 그것과 더불어 전쟁 동안에 교단의 이름으로 저지른 잘못을 다시 한 번 자각하고, 주님의 은총을 구하고, 이웃의 용서를 구하는 바입니다.
일본 정부는 그때 전쟁 수행의 필요에 따라 여러 종교 단체들의 통합과 전쟁 협력을 국책으로 강요했습니다. 메이지시대 초기에 선교가 시작된 이래, 우리나라 그리스도인 대부분은 이전의 모든 교파를 해체하고 일본 안에 하나의 복음적 교회를 세우는 것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교회의 지도자들은 정부의 요청을 계기로 교회를 통합하기로 정했고, 여기에서 교단이 성립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교단의 성립과 존속에서 우리의 연약과 잘못에도 불구하고 역사하시는, 역사의 주이신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하면서, 깊은 감사와 더불어 두려움과 책임을 통감합니다.
세상의 빛이며 이 땅의 소금인 교회는 그 전쟁에 동조하지 않아야 했습니다.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했다면 그리스도인의 양심의 판단에 따라 조국이 가는 길에 대하여 올바른 비판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교단의 이름으로 그 전쟁을 시인, 지지했고, 그것의 승리를 위하여 기도할 것을 대내외적으로 성명했습니다. 우리의 조국이 죄를 범했을 때, 우리의 교회도 그 죄에 빠졌습니다. 우리는 파수꾼의 사명을 헛되게 했습니다. 마음속으로 깊은 아픔을 가지고, 이 죄를 회개하고, 주님의 용서를 구하는 동시에 세계를 향하여 특히 아시아의 여러 나라, 그 곳에 있는 교회와 형제자매, 또 우리나라의 백성들에게 참된 마음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종전 20여 전이 지난 오늘날, 사랑하는 조국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이 세계 속에서 다시금 염려스러운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두렵게 생각합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또 다시 교단이 그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일본과 이 세계가 지니고 있는 사명을 올바르게 이룰 수 있도록 주님께서 도우시고, 인도하여 주실 것을 기도하면서, 우리의 내일을 향한 결의를 표명하는 바입니다.[최덕성, 『일본 기독교의 양심선언』 (서울: 본문과현장사이, 2000), 26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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