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본카테고리

4월 10일, 오캄의 윌리엄(옥캄 혹은 오컴, William of Ockham, c. 1287–1347)의 축일

반응형

4월 10일 “오캄의 윌리엄(William of Ockham), 신인협력”

오늘은 오캄의 윌리엄(옥캄 혹은 오컴, William of Ockham, c. 1287–1347)의 축일입니다. 유명론자이자 프란체스코 수도회에 속한 스콜라 신학자였던 오캄은 1347년 4월 10일에 사망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정확한 날짜는 아닙니다. 오캄은 영국에서 태어나 옥스퍼드에서 수학했습니다. 1323년에 이단적 가르침으로 고발되고, 이듬해에 아비뇽의 법정으로 소환된 오캄은 교황 요한 22세에 의해 파문되고 맙니다. “유명론(唯名論, nominalism)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캄은 전적으로 불확정적인 존재에 대한 개념이 있다 할지라도, 전적으로 불확정적인 존재인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오직 개체만이 실재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피조물에 속한 지혜의 불완전함을 사상하는 추상 행위에 대해 이렇게 논했습니다.

이것은 창조된 것을 지칭하는 것도, 창조되지 않은 어떤 것을 지칭하는 것도 아닌 지혜 개념을 창조된 지혜로부터 추상해 내는 것에 불과하다. 창조된 모든 것은 불완전함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피조물의 지혜로부터 불완전함을 추상하는 것은 불완전한 피조물로부터 지혜 개념을 추상해 내는 것과 다름없으며, 그로부터 귀결되는 개념은 피조물을 지칭하기 보다는 피조물이 아닌 것을 지칭하는 것이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결과는 술어에 의해 하나님께 귀속될 수 있는 것이다…그러한 개념을 피조물로부터 추상해 낼 수 있지 않는 한, 우리는 돌에 대한 인식을 통해 하나님이 돌이라는 인식에 이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피조물의 지혜를 통해 하나님의 지혜에 관한 인식(예컨대, 하나님은 지혜라는 인식)에 이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G. R. Evans ed., The Medieval Theologians: An Introduction to Theology in the Medieval Period, 한성진·오흥명 역, 『중세신학과 신학자들』 (서울: 기독교문서선교회, 2009), 485.]

루터를 비롯한 초기 종교개혁자들은 오캄의 사상을 배우며 자랐습니다. 오캄은 은혜를 상실한 신자나 불신자라도 최선을 다하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은혜가 주어질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이를 반(半)펠라기우스주의(Semi-Pelagianism)라고 부릅니다. 이 사상은 하나님의 은혜를 부인하지는 않으나 구원을 하나님 독력주의(獨力主義, monergism)로 보지 않고, 신인협력의 과정으로 이해합니다(神人協力說, synergism). 구원은 여호와께 속한 것입니다(시 3:8). 철학적으로 정교하게 사유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이 진리를 믿는 자는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

오컴에게 있어서 사물은 개체로 존재할 뿐이고 보편자는 인간의 주관적 이해의 한 면에 불과했습니다. 인식은 사물에 대한 감각의 인상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교의의 내용들이 참인지를 이성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삼위일체, 성육신, 화체설 등의 교리들은 이성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냉혹한 빈정거림만 당할 것입니다. 이성적으로 보면, 그것들은 엉터리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컴은 로마 교회가 그것들이 진리라고 가르치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신앙에 의거해 그것들을 믿어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가톨릭교회에 속한 기독교 신자라면 자신의 자연 이성으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그 무엇이라 할지라도 쉽게 믿을 수 있다.” 실제로 유명론자들은, 정통교리를 실재론의 방식으로 논하고 해석하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정통교리를 믿는다고 공언했고, 또 교회의 권위에 복종했습니다.[임원택, 『역사의 거울 앞에서』 (서울: 기독교연합신문사, 2012), 232.]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