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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칼빈, 『기독교 강요』2.8.26 [맹세를 금지하는 그리스도의 교훈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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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산상수훈은 이런 종류의 맹세를 금지하지 않는가 재세례파는 맹세에 대한 이 신중한 태도에 만족하지 않고, 모든 맹세를 예외 없이 배척한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의 맹세 금지는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도무지 맹세하지 말지니‥‥‥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 좇아 나느니라"고 하신 것같이 전반적인 것이라는 것이다(마 5:34,37, 참조, 약 5:12)808) 그러나 그들은 이렇게 함으로써 생각 없이 그리스도와 충돌하며, 마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명령을 폐지하려고 지상에 내려오신 듯이, 그리스도를 하나님 아버지의 원수로 만든다. 그런데 영원하신 하나님께서는 맹세를 율법 아래에서 합법적인 것으로서 허가하실 뿐 아니라(이 점만으로 충분할 것이지만), 필요한 때에는 사용하라고 명령하신다(출 22:10-11). 또 그리스도께서는 자기와 아버지는 하나라고 선언하시며(요 10:30), 자기는 아버지가 명령하신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전하지 않으며(요 10:18), 자기의 교훈은 자기에게서 난 것이 아니라고(요 7:16) 말씀하신다. 그러면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 그들은 하나님이 일찍이 사람들에게 행하라고 명령하심으로써 시인하신 일을 후에 금지하며 비난하신다고 하여, 하나님을 자기모순에 빠뜨리려는 것인가? 그러나 그리스도의 말씀에 다소의 난점이 있으므로, 우리는 그 문제에 시간을 조금 소비하겠다. 여기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의도하신 바를 주시하며, 그가 이 구절에서 목적하시는 것이 무엇인가에 주의하지 않는다면, 결코 진리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스도의 목적은 율법을 완만하게 하거나 강화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율법 학자들과 바리새파가 거짓된 방법으로 매우 부패하게 만든 것을 다시 바르게 이해하도록 하시려는 것이었다. 이 점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맹세를 전적으로 배척하신 것이 아니라, 율법의 표준을 어긴 맹세만을 배척하셨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보면, 당시 사람들은 보통 위서만을 피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율법은 거짓맹세 뿐 아니라, 허망하고 무용한 맹세도 금한다. 그러므로 율법의 가장 확실한 해석자이신 주님은 거짓 맹세뿐 아니라 맹세 자체가 나쁘다고 경고하신다(마 5:34). 무슨 까닭에 맹세하는 것이 나쁜가? 분명히 주께서는 헛되이 맹세하는 것을 의미하신다. 그러나 율법에서 칭찬하는 맹세는 건드리시지 않는다. 우리의 논적들은 "도무지"라는 말을 완고하게 붙잡고809) 더 강력한 추론을 하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말은 "맹세"에 붙지 않고 그 다음에 있는 맹세의 형식에 붙는다. 그들이 하늘과 땅을 두고 맹세할 때에 하나님의 이름에는 언급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도 잘못이었다. 그러므로 주께서는 가장 중요한 방법의 예를 말씀하신 다음에, 그들의 모든 구실을 제거하심으로써, 하나님의 이름만 부르지 않으면 천지를 두고 맹세하는 것으로 도망할 수 있다는 그들의 생각을 막아버리신다. 우리가 겸해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세상 사람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으면서도, 간접적인 형태로 하나님을 두고 맹세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생명의 빛이나 먹는 빵이나 자기의 세례나 그밖의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의 표적을 두고 맹세한다. 어떤 사람들이 오해하듯이, 그리스도께서는 하늘이나 땅이나 예루살렘을 두고 맹세하는 것을 금하시는 구절에서(마 5:34-35) 미신을 시정하시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이 함부로 간접적인 맹세를 해도 나쁘지 않다고 하는 자들의 간교한 궤변을 논박하시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쓰지 않는 듯이 말하지만, 그 이름은 하나님의 모든 은혜에 확실히 새겨져 있는 것이다. 어떤 살아 있는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천사의 이름을 하나님 대신에 쓰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이교민족들은 왕에게 아첨하는 의미로 왕의 생명이나 수호신을 두고 맹세하는 악풍이 있었다. 이런 거짓된 신격화는 유일신의 영광을 흐리게 한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써서 우리가 하는 말의 확인을 얻으려고만 할 때도, 비록 간접적이라 하더라도, 이런 모든 너절한 맹세는 하나님의 존엄성을 해하게 된다. 그리스도께서는 "도무지 맹세하지 말라"고 금지하심으로써 이런 방자한 행동의 헛된 구실을 빼앗으신다. 내가 인용한 그리스도의 말씀을 야고보도 같은 뜻으로 반복한다(약 5:12). 하나님의 이름을 모독하는 짓인데도 불구하고 이 경솔한 짓은 언제든지 세상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도무지"라는 말을 문제의 핵심에 관련시켜서, 맹세는 예외 없이 불가하다는 듯이 해석한다면, 거기 즉시 첨가된 "하늘로도 말라‥‥‥땅으로도 말라"고 하는 말씀은 어떻게 설명하려는가? 이 말씀을 보면, 유대인들이 자기들의 허물을 경감해 준다고 생각한 그 궤변을 그리스도께서 반박하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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