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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번연의 천로역정 읽기] 그러나 또 다른 이웃 '자비'는 '크리스티아나'와 동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Pilgrim's Progress by John Bunyan] 기독교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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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낭독 [천로역정 204-215]

이튿날 아침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고 아이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누가 문을 요란하게 두드리는 것이었소. 그녀는 이렇게 말했소. "하나님의 이름으로 오신 분이거든 들어오세요." 그러자 밖에 있던 남자가 문을 열고는 인사를 했소. "아멘, 이 집안에 평안이 있기를 바랍니다." 인사를 마치고 그는 물었소. "크리스치아나,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아시겠습니까?" 그 말을 듣자 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되고 온몸이 떨렸지요. 그러면서도 그가 어디서 왔으며 무슨 용건으로 왔는지 알고 싶은 욕망으로 흥분되는 것이었소. 그가 그녀에게 말했소. "내 이름은 '해결의 열쇠(Secret)'입니다. 높은 데 사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지요. 그곳 사람들이 말하기를 당신이 그곳에 가기를 매우 갈망하고 있다더군요. 그리고 또 당신이 전에 남편이 순례의 길을 떠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아이들에게는 그 사실을 숨겨온 것을 죄악으로 깨닫고 있다는 소문도 있어요. 크리스치아나, 자비로우신 분께서 나를 당신에게 보내, 하나님이신 그분은 언제든지 죄인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많은 죄인을 용서하는 데 기쁨을 느끼는 분이라고 이야기하라 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또한 당신을 자기 앞으로 초대하시어 상에 앉히고 그 집안의 기름진 음식으로 당신을 대접하고, 당신의 조상인 야곱의 유산을 분배해 주실 것임을 당신에게 알려주라 하셨습니다. 지금 높은 곳에서 당신의 남편인 크리스찬도 다른 많은 동료들과 함께 우러러보는 자들에게 생명을 주시는 그분을 우러러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당신의 발걸음이 하나님 아버지의 집 문지방을 넘어서는 소리를 들으면 대단히 기뻐할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크리스치아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소. 방문객은 계속 말했소. "크리스치아나, 여기 당신 남편의 왕인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내가 가져왔습니다." 그녀가 편지를 받아 봉투를 열었소. 그러자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기가 풍겼고, 그리고 그 편지는 황금의 글씨로 씌어 있었소. 거기에는 이런 내용이 씌어 있었소. "왕께서는 그녀의 남편 크리스찬이 했던 것과 같은 일을 그녀에게도 하게 하리라. 즉 그녀를 하늘나라로 오게 하여 영원한 기쁨을 누리며 살게 하리라." 편지를 보고 그 착한 여인은 감격하여 그 방문객에게 큰소리로 외쳐 물었소.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왕이신 하나님을 섬길 수 있도록 나와 내 아이들을 데리고 가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방문객이 말했소. "크리스치아나, 달콤한 것이 있으려면 먼저 쓰디쓴 것이 있어야 함을 명심하시오. 당신도 당신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들어간 크리스찬이 겪었던 것과 같은 고난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도 남편 크리스찬이 했던 그 일을 하라고 권하겠습니다. 평원 저쪽에 있는 좁은 문으로 가시오. 당신이 가야 할 길의 입구에 그 문이 서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급히 서두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편지를 당신 품속에 넣고 가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당신과 당신의 아이들이 암송할 수 있을 때까지 항상 읽도록 하십시오. 순례자의 집에 들어가서 당신이 불러야 할 노래가 그 안에 들어 있으니까요. 또한 당신은 저쪽 문에 이르면 이 편지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때 나는 꿈속에서 노인이 내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그 스스로 이야기에 빨려들어가 감동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았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하여 크리스치아나는 아이들을 불러놓고 이렇게 말했소. '나의 아이들아, 너희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최근에 나는 너희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그것은 너희 아버지가 행복하게 계실는지에 대해 염려해서가 아니라 지금 잘 계신 데 대해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지금 나와 너희들이 당하고 있는 처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우리의 처지는 본래가 비참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아버지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내가 취했던 태도들이 여간 양심에 무거운 짐이 되질 않는다. 나는 나 자신만이 동행하기를 거부했던 것이 아니라 내 마음과 너희들 마음을 아울러 돌처럼 단단하게 만들고는 아버지와 함께 순례의 길에 오르길 거절했단 말이다. 어젯밤에 내가 꿈을 꾸지 않고, 오늘 아침 이 손님이 용기를 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런 생각들로 말미암아 틀림없이 죽고 말았을 것이다. 얘들아, 당장에 짐을 싸서 하늘나라로 인도한다는 그 좁은 문으로 가자. 가서 아버지를 만나고 그곳의 율법에 따라 평화스럽게 살고 계신 아버지와 그의 동료들 가운데서 우리도 평화스럽게 살자.' 어머니의 마음이 그렇게 기울어진 것을 보고 아이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오. 그때 방문객은 그들에게 작별을 고했고, 그들은 곧 여행을 떠날 준비를 시작했소. 그런데 그들이 막 떠나려 할 때, 크리스치아나의 이웃에 살고 있던 두 부인이 집으로 찾아와 문을 두드렸소. 그녀는 그들에게도 아까처럼 말했소. '하나님의 이름으로 오신 분이거든 들어오세요.' 이 말을 듣고 두 여인은 어리둥절했소. 그런 말을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크리스치아나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리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었소. 하여튼 그들은 들어왔소. 그런데 들어와보니 그 착한 여인이 집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더란 말이오. 그래서 그들이 물었소.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크리스치아나는 두 사람 가운데 연장자인 '겁쟁이' 부인에게 대답했소. '나는 여행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라고 말이오." (이 겁쟁이 부인은 '고생길 언덕'에서 크리스찬을 만나 사자들이 무서우니 돌아가는 게 좋다고 말하던 바로 그 자의 딸이었다.) 겁쟁이 부인 : 무슨 여행인데요? 크리스치아나 : 착한 제 남편을 따라가는 거예요.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소. 겁쟁이 부인 : 부인,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는 게 좋겠군요. 아이들 생각을 해서라도 그렇게 자신을 내버려서는 안 되지요. 크리스치아나 :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도 나와 함께 갈 것입니다. 어느 아이도 남아 있지 않겠답니다. 겁쟁이 부인 : 당신의 마음속에 누가 이런 생각을 심어놨는지 정말 모르겠군요. 크리스치아나 : 오, 부인. 당신도 내가 아는 것만큼만 안다면 반드시 나와 함께 동행하려고 하실 겁니다. 겁쟁이 부인 : 친구들도 버리고 아무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그런 곳으로 떠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 그 새 지식이라는 게 도대체 뭐죠? 크리스치아나는 이렇게 대답했소. '남편이 내 곁을 떠나자, 특히 그가 강을 건너간 이후로 나는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괴롭힌 것은 그이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 내가 인색하게 대해준 일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게다가 지금의 내 괴로움은 그때 그이의 괴로움과 다를 게 없어요. 순례의 길을 떠나지 않고는 그 어떤 것도 내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겁니다. 어젯밤에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남편을 봤습니다. 아, 내 영혼은 그이와 더불어 함께 있었습니다. 그이는 그 나라의 왕과 함께 식탁에 마주앉아 먹고 마시며 영생자들과 어울리고 있었지요. 그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얼마나 웅장하고 화려한지 내 생각에 이 땅 위에 있는 그 어떤 훌륭한 궁전도 그집에 비하면 쓰레기통 같을 겁니다. 또한 그곳의 왕자께서 만약 나도 그곳으로 오겠다면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전해 오셨지요. 그 심부름꾼이 조금 전만 해도 여기 있었는데 나를 초대하는 내용이 적혀 있는 편지를 주고 갔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편지를 꺼내서 그들에게 읽어주고는 말했소. '당신들은 이걸 어떻게 생각하세요?" 겁쟁이 부인 : 오, 그런 어려운 일을 하려고 들다니, 당신 내외는 모두 정신이 나갔군요. 댁의 남편이 길을 떠난 첫발부터 어떤 곤경에 처했었는지 들어서 알고 있겠죠? 우리 이웃인 고집불통이 아직까지도 증언하고 있으니까요. 처음엔 그도 온순함과 함께 댁의 남편을 따라갔지만 무서워서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에 이르자 현명하게 되돌아왔지요. 우리는 댁의 남편이 어떻게 사자와 마주쳤으며, 아폴리온과 죽음의 그늘 계곡과 그 밖의 온갖 곤경들을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귀가 아프게 들어왔습니다. 그가 허영의 시장에서 당한 고난은 당신도 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가 남자인데도 그렇게 견디기가 어려웠는데 하물며 연약한 아녀자의 몸으로 어떻게 그런 일을 감당하겠다는 겁니까? 게다가 이 귀여운 네 아이들은 댁의 자녀, 즉 댁의 살과 뼈라는 점을 생각하셔야지요. 그러므로 댁의 몸뚱이 하나야 설혹 무모하게 내던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댁의 몸에서 나온 아이들을 위한다면 그냥 집에 머물러 있으세요. 그러나 크리스치아나는 이렇게 말했소.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세요. 나는 지금 거의 다 잡은 상을 눈앞에 두고 있어요. 이 기회에 그것을 잡지 않으면 나는 가장 어리석은 바보가 되고 말 것이빈다. 그리고 당신은 내가 길에서 만나게 될 그 모든 어려움들에 대해 말해 주고 있지만, 그것들은 나의 용기를 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내가 옳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고난이 있은 후에는 반드시 즐거움이 따르게 마련이고, 또 그 고난이 즐거움을 더욱 즐거운 것으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물어본 대로 당신들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오신 게 아니거든 이제 그만 돌아가주시고 더 이상 나를 불안하게 만들지 말아주세요.' 그러자 겁쟁이 부인은 그녀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같이 온 여인에게 말하는 것이었소. '갑시다, 자비심. 우리의 권고와 호의조차 무시하니 자기 멋대로 하게 내버려두고 갑시다.' 그러나 자비심은 어찌할 바를 몰라하면서 겁쟁이 부인의 생각에 동조할 수가 없었소.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지. 첫째는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연민의 정이 크리스치아나에게 쏠렸기 때문이었소. 그래서 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소. '이 사람이 꼭 떠난다면 조금이라도 같이 가면서 도와줘야지.' 둘째는 같은 연민의 정이 자기자신의 영혼으로 쏠렸기 때문이오. 크리스치아나가 한 말이 어느 정도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지. 그녀는 다시 마음속으로 다짐했소. '크리스치아나와 좀더 이야길 해봐야지. 그녀가 하는 말에서 진리와 생명을 발견하게 된다면 나도 그녀와 동행해야겠다.' 그리하여 자비심은 자기 이웃인 겁쟁이 부인에게 이렇게 말했소. 자비심 : 이봐요, 부인. 사실 나는 오늘 아침 당신과 함께 크리스치아나를 만나러 왔어요. 그런데 당신도 보시다시피 지금 이분은 고향을 아주 떠나려 하고 계신데 이 맑은 날씨에 우리가 조금이라도 그녀와 동행하면서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도와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녀는 두번째 이유는 입 밖에 내지 않았소. 겁쟁이 부인 : 그런데 이제 보니 당신도 그 바보 같은 짓을 할 생각이로군요. 하지만 시기를 잘 살펴 현명하게 처신하세요. 위험을 벗어나 있을 땐 위험하지 않지요. 그러나 위험 속에 들어가면 위험해지게 마련이니까요. 그리하여 겁쟁이 부인은 집으로 돌아가고, 크리스치아나는 마침내 여행길에 올랐던 것이오. 집으로 돌아간 겁쟁이 부인은 '박쥐눈 부인(Mrs. Bats-eyes)', '경솔함 부인(Mrs. Inconsiderate)', '경박함 부인(Mrs. Light-mind), '무지함 부인(Mrs. Know-nothing)' 등 자기 이웃사람들을 집으로 불러들였지요. 그들이 다 모이자 그녀는 크리스치아나가 여행 떠난 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소. 겁쟁이 부인 : 여러분, 제 말 좀 들어보세요. 나는 오늘 아침 좀 한가하길래 크리스치아나를 찾아갔었지요. 문밖에서 우리는 습관대로 문을 두드렸어요. 그랬더니 그녀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아세요? '누군지 하나님의 이름으로 오신 분이면 들어오세요?' 아니, 이렇게 말하더라니까요. 나는 별 일 없으려니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갔죠. 그러나 막상 들어가 보니 그녀는 자기 아이들까지 데리고 이 마을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자기도 자기 남편이 했던 것같이 순례의 길을 떠나겠노라고 아주 간단히 대답하는 것이었어요. 그러고는 자기가 꿨던 꿈이야기며, 남편이 지금 살고 있는 곳의 왕이 자기에게도 그 나라에 오라는 초청장을 보냈다는 등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었어요. 그러자 무지함 부인이 말했소. '뭐라고요? 정말로 그녀가 여행을 떠날 것 같습디까?" 겁쟁이 부인 : 예, 그녀는 떠날 겁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에요. 나는 그걸 확신해요. 왜냐하면 내가 어떻게든 집에 머물러 있게 하려고 여행 도중 만나게 될 여러 가지 난관들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를 해주었지요. 그랬더니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이 그녀에게는 역효과를 내서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의욕을 더욱 단단히 해준 결과가 되고 말았을 정도였으니까요. 그 여자는 그저 다음과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었어요. '고생이 있은 후에 즐거움이 옵니다. 그리고 물론 그 고생이 쓰면 쓸수록 즐거움은 더욱더 크지요.' 박쥐눈 부인 : 원, 세상에. 눈이 멀고 대단히 어리석은 여자로군요. 자기 남편이 그렇게 쓰라린 고통을 겪었다는 이야길 듣고서도 경계하는 마음이 안 생기다니, 내 생각엔 그녀의 남편이 다시 여기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그는 틀림없이 편안히 쉬면서 아무 소득도 없는 그런 모험 같은 건 결코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경솔함 부인도 한마디 했지요. '그렇게 머리가 돌아버린 여자는 마을에서 떠나게 내버려둡시다. 그게 우리 편에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여자가 그냥 마을에 머물러 살면서 계속 그따위 생각을 품고 있다면 누가 마음놓고 편히 살 수 있겠어요? 어리석은 말과 행동으로 이웃간에 정이나 끊어놓고, 현명한 사람이라면 도저히 참고 견딜 수 없는 허튼수작만 늘어놓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내 생각엔 그 여자가 떠나는 게 절대로 섭섭한 일이 아니라는 거죠. 그냥 가게 내버려두자고요. 그 여자가 살던 곳에 더 좋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게 합시다. 그런 변덕쟁이 바보가 살고 있는 한 이 세상은 결코 좋은 세상이 못 될 테니까요.' 경박함 부인도 또한 거들었소. '그따위 이야긴 이제 그만둡시다. 어제 나는 '마담 음탕한(Madam Wanton)' 집엘 갔었는데, 거기서 우리는 젊은 사람들처럼 재미있게 놀았답니다. 거기에는 나말고도 '정욕사랑 부인(Mrs. Love-the-flesh)', '호색가 씨(Mr. Lechery)', '외설적인 부인(Mrs. Filth)', 그 밖에도 서너 명이 더 있었어요. 우리는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며 여러 가지 즐거운 놀이를 했답니다. 그 마담은 역시 교양있는 멋진 숙녀였고, 호색가 씨는 참 멋있는 분이더군요.' 그때 크리스치아나는 길을 떠났고 자비심이 그녀를 따라 나섰소. 그리하여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길을 가면서 이야기를 시작했지요. '참 자비심 양, 이렇게 잠시라도 나와 동행해 주시다니 정말 뜻밖의 호의입니다.' 아직 나이가 어린 자비심이 대답했소. '제가 아주머니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제 다시는 마을 근처에도 가지 않을 거예요.' 크리스치아나 : 좋아요, 자비심 양. 나와 운명을 함께 합시다. 나는 우리들의 순례여행이 어떻게 끝날는지 잘 알고 있어요. 지금 내 남편은 스페인의 금광에 있는 모든 금과도 바꿀 수 없는 곳에 계시답니다. 당신은 비록 나의 초대에 응해서 가고 있긴 하지만 결코 그곳에서 거절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와 나의 아이들을 초대하신 그 왕께서는 자비를 베푸는 걸 최상의 즐거움으로 아시는 분이랍니다. 게다가 원하신다면 내가 당신을 고용해서 하녀로 함께 갈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무슨 차별을 두자는 건 아니고 그저 같이 여행하면서 모든 것을 공동으로 쓰자는 것입니다. 자비심 : 하지만 그 나라에서 저를 받아들여주리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요? 제가 틀림없이 받아들여지리라는 확신을 줄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저는 아무리 앞길이 험난하고 지루해도 그분의 도움을 받아가며 갈 수 있을텐데요. 크리스치아나 : 사랑하는 자비심 양, 그러면 내가 일러주지요. 나와 함께 좁은문까지 갑시다. 거기서 내가 당신과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불어봐주겠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명쾌한 대답이 안 나오면 당신이 집으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막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우리와 함께 동행하면서 나와 내 아이들에게 보여준 친절에 대해서도 보답하겠어요. 자비심 : 그럼, 일단 좁은 문까지 가서 다음 일을 따르기로 하겠어요. 하늘의 왕께서 제게 자비를 베풀어 그 문의 주인으로 하여금 제 운명을 결정짓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자 크리스치아나의 마음은 뛸듯이 기뻤소. 그것은 동료가 하나 생겼을 뿐만 아니라, 이 가엾은 여자로 하여금 자기자신의 영혼의 구원을 진심으로 바라도록 설득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들은 함께 계속해서 걸어가게 됐는데 갑자기 자비심이 울기 시작했소. 크리스치아나가 왜 우느냐고 물었소. 그랬더니 자비심이 대답했소. '우리 친척들이 불쌍해서 그래요.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생각하니까 울지 않을수가 없어요. 게다가 이젠 그들에게 장차 어떤 일이 닥칠지에 대해 가르쳐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니 더욱더 비통하고 가슴이 아파요.' 크리스치아나 : 순례자는 연민 어린 동정심을 가진 이가 되기 마련입니다. 당신은 마치 착한 크리스찬이 나를 두고 떠날 때 나에 대해 걱정하던 것과 같이 당신 친구들을 걱정하는군요. 그때 남편은 내가 그의 말을 듣지 않아 눈물을 많이 흘렸지요. 그러나 그의 주님이자 우리의 주님이신 하나님께서는 내 남편의 눈물을 모두 병에 담아두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나와 당신 그리고 사랑스런 내 아이들이 그 눈물의 열매와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지요. 자비심 양, 나는 지금 당신이 흘리는 눈물이 모두 헛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진리의 말씀에도 이런 말이 있으니까요.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뻐서 노래하며 거두리라. 울면서 소중한 씨앗을 뿌리러 나가는 자는 정녕 기쁨으로 그 짚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라.' 그러자 자비심이 이렇게 말했소. '가장 복되신 주님이 인도하시어 당신의 뜻이라면 이 몸을 당신의 문까지, 그 땅까지, 그 거룩한 언덕까지 오르도록 허락하소서. 그리고 이 몸을 지켜주옵소서, 어떠한 일이 닥치더라도 당신의 은총과 거룩한 길로부터 내가 벗어나지 않도록. 그리고 바라옵건대 주님이시여, 제가 두고온 모든 사람들을 부르시어 그들로 하여금 온 마음과 정신으로 당신의 것이 되게 하소서.' 나와 동행하던 노인이 계속 말했다. "그러나 절망의 구렁텅이에 이르자 크리스치아나는 걸음을 멈추었소.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말ㅎ소. '여기가 바로 사랑하는 내 남편이 빠져서 질식해 죽을 뻔했던 곳이군요.' 그리고 그녀는 순례자들을 위해 이곳을 보수하라는 왕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전보다도 더 엉망이 돼버린 현장을 발견했소." 나는 그게 정말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노인이 대답했다. "사실이오. 그 이유는 자칭 왕의 일꾼이라고 나서는 사람들 중에도 배반하는 이가 많아서 그들은 왕의 큰길을 보수한답시고는 돌 대신 쓰레기와 똥을 가져다가 수리는 커녕 오히려 더욱 망쳐놓기 때문이오. 그래서 크리스치아나와 그의 아이들은 여기에서 걸음을 멈추었소. 그러자 이번에는 자비심이 말했소. '자, 모험을 한번 해봅시다. 다만 조심만 하면 돼요.' 그리하여 그들은 발밑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나아가기 시작했소. 그러나 크리스치아나는 미끄러져 빠져버릴 뻔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소. 그들이 절망의 구렁텅이를 다 건너자마자 그들의 귀에는 이런 소리가 들려왔소. '복받을 지어다, 믿는 여인이여. 주님의 약속이 모두 다 이루어질지니라.' 그들은 다시 계속 걷기 시작했는데 자비심이 크리스치아나에게 이렇게 말했소. '제게도 아주머니처럼 좁은 문에서 환영받으리라는 확실한 보장이 있었더라면 절망의 구렁텅이 정도로 용기를 잃지는 않았을거예요.' 그래서 크리스치아나가 말했소. '글쎄요. 당신에게는 당신 나름대로의 걱정이 있고 내게는 나 나름대로의 걱정이 있지요. 어쨌든 우리는 앞으로 이 여행의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는 참으로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할 것입니다. 훌륭한 영광을 얻으려고 길을 떠난 우리들이 행복해 하는 것을 시기하는 자들과 미워하는 자들이 그 어떤 공포와 공갈, 난관과 재난을 우리의 길을 방해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출처: https://reformedkjy.tistory.com/986 [이것저것 모아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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