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 “솔제니친, 인간들은 하나님을 잊어버렸어. 그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거지.”
오늘은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 1918- 2008)이 별세한 날입니다. 2008년 8월 4일, 89세의 솔제니친은 모스크바 인근에서 심장병으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1970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솔제니친은 세계적인 대문호로 거듭났으나 1973년 『수용소 군도』를 발표한 것이 문제가 되어 1974년에 국외 추방을 당했습니다. 솔제니친은 소련 연방이 해체된 뒤에야 20년간의 망명생활을 마칠 수 있었고 1994년에 고국의 품에 다시 안겼습니다.
솔제니친의 인생은 감옥생활과 추방, 망명의 연속이었다. 1918년 러시아의 카파카스에서 태어난 솔제니친은 로스토프대학에서 물리·수학을 전공한 뒤 1945년 포병 대위로 동프로이센에 근무했다. 이때 그는 스탈린을 비판한 편지가 문제가 돼 8년형을 받고 강제수용소에서 복역하게 된다. 당국에 의한 탄압의 시작이었다. 형기가 끝나는 1953년 공교롭게도 스탈린이 죽었다. 그러나 그는 흐루시초프의 스탈린 격하운동이 일어난 1956년까지 강제추방을 당해야 했다. 1957년 복권된 뒤 솔제니친은 강제수용소의 경험을 토대로 1962년 『이반 데비소비치의 하루』를 발표했다. 시베리아의 강제노동수용소의 실상을 그린 이 작품은 단박에 솔제니친을 반체제 인사로 올려놓았고 그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러시아의 한 문학 비평가는 “이반이 없었더라면 1990년대 페레스트로이카도, 글라스노스트도 없었을 것이며 우리 시대는 진정한 역사를 되찾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인물과 사상』, 2005년 1월호.]
러시아의 살아있는 양심이었던 솔제니친은 망명 기간 중 공산주의의 허구성을 글과 연설로 폭로하였습니다. 아울러 그는 서구 세계의 각성을 촉구하였습니다. 세속주의는 공산주의의 폭력성 못지않게 위험할 수 있다는 그의 지적은 참으로 옳다 하겠습니다. 행복 추구권을 법으로 명시해 놓고 개인의 행복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회개의 필요성을 잊어버린 현대인에게 솔제니친의 메시지는 선지자적 외침과 같습니다. 궁극적인 문제는 외부가 아닌 내 안에 있음을 인정하십니까?
내가 돈 강 연안의 로스토프시에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 콤소몰(소비에트 연방 공산주의 청년동맹) 단원들의 사주를 받은 동네 아이들은 내가 어머니를 따라 그 고장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교회에 다닌다고 해서 나를 놀려 댔고, 목에 건 십자가를 떼어 버리기까지 했다. 몇 년 후, 나는 몇몇 연로한 분들이 러시아에 밀어닥친 그 크나큰 재앙에 대해서 이렇게 한탄하는 소리를 들었다. “인간들은 하나님을 잊어버렸어. 그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거지.” 그 이후로 나는 러시아 혁명사의 연구에 근 50년을 바쳐 왔다. 그 과정에서 나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면담했고, 수백 권의 책을 읽었는데, 그 결과 이미 8권의 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한데 지금 만약 누가 나에게 약 6000만 명의 우리 러시아 사람들의 생명을 삼켜 버린 그 무서운 혁명이라는 것이 왜 일어났는지 그 주된 원인을 가장 간명하게 정의해 보라고 한다면, 나는 그것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되풀이하는 외에 더 명확한 답변을 할 수 없을 것이다.[Aleksandr Solzhenitsyn, “Men Have Forgotten God”, 양낙흥 역, 『서방세계에 대한 경고』 (서울: 크리스챤다이제스트, 1991),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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